1월 7일 주일설교 

전문

창 26:12-33/우물을 파는 사람

240107 주일설교

설교 : 김도완 목사


1. 홧병 치유법

한국인에게만 있는 독특한 신경증이 있습니다. 바로 홧병입니다. 서양의사들은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는 알아도 홧병을 잘 모릅니다. 홧병은 서양의학계에서는 발음나는 그대로 '홧병'으로 기록한답니다. 왜 홧병에 걸립니까? 봉건사회에서 왕과 양반, 부자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데도 그것을 표현하지도, 해결받지도 못 한 채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야 했기에 생깁니다. 이런 고통을 극복하고자 동양에서 만들어낸 아주 유용한 사고방식 중 하나가 불교철학입니다. 모든 것이 공이요, 실재가 아니다. 즉 빼앗긴 것도 환상이고, 착취당한 것도 환상이며 실재가 아니다. 그러니 환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서 홧병 걸리지 말고 마음 편히 살아라. 일체유심조, 세상 모든 일이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 마음을 잘 다스려 열받지 말고 살아라. 나름 효과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우리의 실제 삶을 부질없는 허상, 환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합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 다스림을 극단으로 추구하면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이니 다 버리고 산에 들어가 도를 닦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성경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합니까? 홧병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면 성도는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거듭 땅과 우물을 빼앗겨야 했던 본문의 주인공 이삭에게서 배웁니다. 


2. 우물을 파는 이삭

12-14절을 보면 블레셋땅 그랄에 거주한 이삭은 하나님의 은혜로 농사가 너무 잘 되고 가축떼도 크게 불어나 큰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땅 원주민인 블레셋인들이 시기하여 이삭의 우물을 흙으로 메워버리고 그 땅을 떠나라고 압박합니다. 이스라엘의 남부 유대지방은 건조지대로 농사와 목축을 위해 우물은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우물을 메우고 땅을 뺏는 것은 생존할 수 없도록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행위입니다. 장사하는 이들에게 은행거래, 카드사용 등 모든 신용거래를 중지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한 일입니까? 당연히 이삭이 그 땅에 거주하기 위해 블레셋인들과 일정한 수준의 거래를 했을 터이고 요즘으로 치면 사무실 월세를 내듯 그들에게 일정 수준의 세금도 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이 땅에서 공존해 온 것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큰돈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고생고생해서 충성고객을 만든 카페를 주인이 계약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하루 아침에 쫓아내고 자신이 까페를 차리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이 부당하고 억울한 처사에 이삭은 어떻게 합니까? 홧병에 걸려 쓰러지거나 너죽고 나죽자고 싸워도 이상할 것 없는데, 그는 그냥 그 곳을 떠나 그랄 골짜기로 이주합니다. 거기서 아버지 아브라함 때 팠던 우물을 다시 팝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랄 지방 목자들과 이삭의 목자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납니다. 이삭은 다시 싯나로 옮겨서 우물을 팠는데 거기서도 세 번째 다툼이 일어나 르호봇으로 옮겨서 우물을 팠더니 비로소 다툼이 없었습니다. 이삭은 생명줄인 우물을 세 번이나 다투지 않고 뺏긴 채 옮겨갔다는 뜻입니다. 이삭은 왜 그랬을까요? 이삭의 내려놓음은 무엇 때문입니까? 

혹시 이삭이 힘이 없어 블레셋 사람들에게 무기력하게 쫓겨난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이삭은 족장입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의 부족을 물려받았습니다. 창세기 14장을 보면 아브라함은 조카 롯이 고대바벨론지역의 왕들의 군대에 사로잡혀 갔을 때 집에서 길리고 훈련된 자 318명을 이끌고 단까지 쫓아가 그를 구조해 왔습니다. 아브라함은 군사 3백 여명을 동원할 수 있는 부족장이었습니다. 이 부족을 이삭은 물려받았고 큰 부자가 되었다고 했으니 사람은 더 늘어났을 것입니다. 그가 블레셋과 싸우기로 작정했다면 이판사판 얼마든지 제 우물을 지키기 위해 한 판 전투를 벌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삭은 왜 순순이 우물을 넘겨주고 물러났습니까? 그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으로부터 신앙교육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신앙은 여호와 하나님을 신뢰하고 철저히 그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 교육 중 가장 이삭의 마음에 크게 자리잡은 교훈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지난 주에 살펴보았던 사건,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죽여 제물로 삼아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려 했던 사건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얼마나 강렬했던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 했을 그 사건에서 이삭은 어떻게 행동했습니까? 그 때 이삭은 제사의 쓸 장작을 짊어지고 갈만한 나이의 청소년이었습니다. 그가 저항했다면 아브라함이 결박하기나 그를 죽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께 순종하여 순순히 결박당하고 죽음을 각오합니다. 아브라함 못지않게 이삭도 순종했습니다. 그런 이삭을 하나님은 죽음의 위기에서 건지시고 예비하셨던 숫양을 잡아 제사케 하셨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이삭은 두 가지 교훈을 뼈에 새겼습니다. 첫째,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을 통해 하나님이 자녀의 믿음을 시험하신다는 것과, 둘째, 하나님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예비해 두시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이삭은 우물을 빼앗기는 이 고난이 믿음의 시험이며, 빼앗긴 우물 대신 더 좋은 것을 하나님이 예비하셨을 것을 믿었습니다. 


4. 복을 약속하시는 하나님

그랬기에 이삭은 블레셋 사람들의 억지와 괴롭힘을 주목하지 않고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주목했습니다. 그 약속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이며 동시에 이삭이 흉년 때문에 이 그랄땅에 정착할 때 다시 주셨던 그 약속입니다. 26장 전반부에 그가 받은 약속이 이렇게 나옵니다. 

(창 26:2) 여호와께서 이삭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에 거주하라. (창 26:3)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내가 네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맹세한 것을 이루어 (창 26:4)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하게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

애굽에 내려가지 말고 이 가나안에 머무르면 복을 주시고, 이 모든 땅을 이삭과 그 자손에게 주실 것이고, 네 자손으로 인해 천하만민이 복을 받으리라는 약속입니다. 이삭은 이 약속을 믿었습니다. 블레셋인들이 이삭의 우물도 뺏고 땅도 뺏고 쫓아내지만 하나님의 복주심을 뺏을 수 없습니다. 어차피 이 땅은 하나님이 그에게 주실 땅입니다. 그 블레셋인들도 이삭과 그 자손으로 인해 복받을 사람임을 믿었습니다. 더 좋은 우물을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난은 그의 믿음을 시험하기 위함임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난이 여러분의 복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여호와이레께서 여러분에게 더 좋은 우물을 예비해주십니다. 선하신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하나님나라를 주시기를 기뻐하십니다. 고난을 통해 여러분의 믿음이 정금과 같이 나올 것입니다. 여러분이 세상에 복의 통로임을 믿으시기를 축복합니다. 

이삭은 이 약속을 믿었기에 다툼이 아닌 평화를 택했습니다. 더 좋은 우물이 예비되어 있을 터인데 왜 나쁜 우물을 놓고 싸웁니까? 하나님의 복이 흘러넘치는데 왜 더 작은 것으로 싸웁니까? 성령님으로 인해 평화를 택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하나님은 이 약속을 거듭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이삭이 브엘세바에 이르렀을 때 다시 그에게 나타나 약속을 확인시켜 주시자 이삭은 감격하여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25절입니다. 

(창 26:25) 이삭이 그 곳에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거기 장막을 쳤더니 이삭의 종들이 거기서도 우물을 팠더라.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처럼 가는 곳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예배는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요, 약속을 받는 자리요, 약속의 성취를 경험하는 자리입니다. 예배자는 거듭 하나님의 약속을 받습니다. 


5.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

예배하고 순종하는 이삭에게 하나님은 약속을 하나하나 성취하여 주셨습니다. 먼저 흉년에 가나안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이삭에게 큰 부를 허락하셨습니다. 12절 이하입니다. 

(창 26:12)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창 26:13)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 (창 26:14) 양과 소가 떼를 이루고 종이 심히 많으므로 블레셋 사람이 그를 시기하여

두 번째로 파는 우물마다 물을 주셨습니다. 

(창 26:19) 이삭의 종들이 골짜기를 파서 샘 근원을 얻었더니 ... (창 26:32) 그 날에 이삭의 종들이 자기들이 판 우물에 대하여 이삭에게 와서 알리어 이르되 "우리가 물을 얻었나이다." 하매

지금도 기계를 사용해서도 우물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선교지에 우물파기사역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하물며 사천 년 전 기계도 없이 맨손과 투박한 농기구로 우물을 파는데 번번이 어떻게 물근원을 찾습니까? 하나님이 약속을 이루어 주시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원수와도 평화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쫓아내면 망할 줄 알았는데 파는 곳마다 물이 나오고 오히려 점점 더 번성하는 것을 보고 블레셋인들도 겁이 나서 찾아와 평화조약을 맺자고 나섰습니다. 이들을 계속 적대했다가는 자신들이 망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삭이 자신의 우물과 땅을 싸워서 지키려면 얼마나 많은 낭비가 있겠습니까? 지금 우크라이나아 러시아가 전쟁에서 쏟아붓는 돈이 얼마입니까? 이겨도 경제가 파탄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전비를 국가경제발전과 복지에 썼다면 얼마나 나라가 부강하고 국민이 복을 누리겠습니까? 이삭은 다툼이 아니라 평화를 통해 더 번성하는 복을 누렸습니다. 이삭은 우물 3개를 잃고 3백개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이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헤아릴 수 없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얻은 복이 최고입니다. 바로 영생입니다. 하나님은 이삭에게 영원한 하나님을 수식하는 이름이 되게 하셨습니다. 

(마 22:32)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것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니라." 하시니

(마 8:11) "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동 서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르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함께 천국에 앉으려니와"

이삭은 바로 이런 복을 바라보며 약속을 좇아갔고 약속의 성취를 누렸습니다. 

성도가 우물을 빼앗길 때 대처하는 방식은 이것입니다. '우물은 허상이야, 아무 것도 아니니 잊어버려'라는 처방 이상의 것입니다. 더좋은 우물, 약속의 성취, 영원한 하나님의 상을 바라봅니다. 이삭처럼 예배자는 평화를 이루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고 약속의 성취를 경험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빼앗긴 우물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더 좋은 우물을 이미 예비하셨습니다. 온우주에서 가장 큰 우물입니다. 바로 생명수가 터져나오는 샘근원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온세상 목마른 모든 이들을 마시게 하고 구원하는 우물입니다. 이 우물을 파는 예배자는 마르지않는 생수를 마십니다. 이 우물을 파는 예배자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